배우 곽시양의 재발견이다.
지난 16일 JTBC ‘마녀보감’(극본 양혁문 노선재, 연출 조현탁 심나연)이 막을 내렸다. 하나하나 소중한 캐릭터들 속에서도 곽시양이 연기한 풍연은 특히 빛을 발했다.
앞서 곽시양이 대중에 얼굴을 알린 건 단연 MBC 가상 결혼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프로그램 전후로 다양한 작품에서 얼굴을 비췄지만, 이렇다 할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마녀보감’에서 다정하고, 겁먹고, 울부짖고, 돌아서는 등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풍연을 연기했다. 풍연은 소격서 최현서의 맏아들이자 연희(김새론)을 지키라는 아버지의 명을 받아 흑림에 갇혀 지내는 저주받은 연희를 돌본 인물.
배우 곽시양 / 사진=JTBC '마녀보감' 방송 화면 캡처
배우 곽시양 / 사진=JTBC ‘마녀보감’ 방송 화면 캡처
풍연의 인생은 저주받은 연희만큼이나 기구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겼고, 곁을 지키던 동무이자 호위무사인 솔개(문가영)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해야 했다. 나약해진 마음의 틈에 들어온 홍주의 계략이 넘어가 흑주술에 잠식됐다. 이 과정에서 곽시양은 다정한 오라버니에서 연희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꼭두각시로, 또 다시 풍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연기했다.
특히 지난 18회 방송에서 홍주에 의해 죽임을 당한 솔개를 지켜볼 수밖에 없던 그는 두 팔이 묶인 채로 뜨겁게 울부짖으며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먹먹하게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흑주술이 발현돼 표정을 차갑게 굳힌 그의 모습과 결국 연희가 올라선 화형대에 불을 붙이는 반전 모습은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정신을 차린 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풍연은 허준이 만들어준 약을 먹고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상상 속에 등장한 아버지와의 진실한 대화를 통해 연희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게 된 것. 결국 풍연은 연희가 저주를 풀기 위해 켜야 하는 세 개의 초 중 하나에 불을 밝히며 ‘탈 저주’를 도왔다.
곽시양은 풍연의 인생 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감정의 기복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는 현재 차기작 SBS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을 준비 중이다. 김희애·지진희와 호흡을 맞춘다.
현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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